2016학년도 한국예술종합학교(전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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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4년제 대학 졸업 예정이었기 때문에 전문사 입시를 치를 계획이었습니다. 지인들을 통해서 양손프로젝트의 손상규 선생님(전문사 출신)이 대표로 계신 라온액터스를 추천 받아, 8월 말, 라온 액터스와 첫 인연을 맺게 되었습니다. 원장선생님과 담임선생님께서는 저의 연기 경력과 실력, 나이를 고려하여 전문사보다는 예술사를 준비할 것을 권유하셨습니다. 대학을 졸업하는 시점에서 다시 대학 입학을 준비한다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지만 예술사든 전문사든 학교에 입학하기만 한다면 어떻게든 열심히 배우겠다는 생각으로 예술사와 전문사 입시를 병행하기로 했습니다.
준비해야 할 것은 크게 네 가지 였습니다.
지정 연기 : 당일 대사
자유 연기 : 1~2분 내외의 독백
메인 특기 - 움직임
서브 특기 - 보컬
당일 대사 : 주 3회의 연기 수업( 실제로는 그 이상 )의 스타트는 당일 대사였습니다. 모의 입시를 치르는 것보다 타이트하게 진행되었는데, 선생님께서 5문장내외의 대사를 프린트해서 나눠주시면 15분을 연습한 뒤 한 명씩 릴레이로 시연하는 방식이었습니다. 발성, 화술, 목표, 전략, 자세, 움직임 등 저마다의 장단점을 가진 친구들을 보는 것 만으로도 얻어가는 것이 많았습니다. 그렇지만 최소 3개월, 길게는 몇 년을 준비한 친구들이 길러 놓은 당일대사 실력은 쉽게 따라가기 힘들었습니다. 라온 친구들은 당일 대사를 참 잘합니다. 당일 대사는 자신의 연기적 장점을 십분 발휘하여 자신을 어필하고 돋보일 수 있는 시간이고, 체계적으로 준비가 가능한 부분입니다. 그래서 어쩌면 자유 독백만큼보다도 철저하게 준비해야 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라온에서는 당일 대사에 수업 시간의 많은 부분을 할애했을 뿐더러 수업 외의 시간에도 학생들끼리 자율적으로 당일 대사를 연습하며 서로 피드백해주는 분위기가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마치 즐거운 놀이를 하는 것처럼 당일 대사를 갖고 노는 그들과 함께 연습하며, 부담도 많이 덜어내고 함께 실력을 키워갈 수 있었습니다.
자유 연기 : 담임선생님과의 개인 상담을 통해 갈매기 3막에 등장하는 마샤의 2분 내외의 대사를 독백으로 정했습니다. 갈피를 못 잡고 조급해하고 있는 저를 선생님께서 차근차근 이끌어 주셨습니다. 먼저 작품과 인물, 대사에 대한 저의 해석을 먼저 물어봐주시고 존중해주셨습니다. 그리고 선생님이 생각하고 계신 방향과 그림에 대해 말씀해주셨습니다. 희곡에 대한 부족한 분석력을 채워주셨을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에 매의 눈으로 저를 파악하시고는 어필 가능한 장점과 아주 치명적인 단점들을 짚어주셨습니다. 혼자서 연습했더라면 알지 못했을 아주 섬세한 점들까지도요. 그리고 라온 같은 중대형 학원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하는 걱정은 그다지 큰 걱정거리가 되지 않았습니다. 본격적인 입시철이 되자 선생님께서 학원에 상주하시면서 거의 매일 같이 독백을 체크해주셨습니다.
움직임 특기 : 무용 선생님께 주 1~2회의 움직임 수업을 받았습니다. 무용선생님은 연기와 무용이라는 두 베이스를 토대로 연기과 입시에 최적화된 무용 수업을 경험하게 해주셨습니다. 선생님께서는 테크닉도 뛰어나시지만 사람이 잘 드러나게끔 안무의 주제와 구성을 잡아가시는 실력파 베테랑이십니다. 키가 작은 사람은 키가 5cm는 커보이게 해주시고, 얼굴이 많이 잘 생긴 사람은 얼굴이 잘 보이게 해주십니다. 저 역시 무용쌤께 가장 큰 도움을 받은 부분입니다. 제가 준비해 온 안무를 다시 조합하여 없던 드라마를 찾아 주시고 선생님께서 갖고 계신 다양한 노래에 맞춰 춰보면서 저에게 가장 어울리는 노래도 찾아주셨습니다. 무용 선생님은 누가 열심히 하는지 며칠 쉬었는지, 누가 즐기면서 하는지 억지로 하는지 다 알고 계십니다. 그리고 상당히 카리스마 있으시고 타이트하게 이끌어주시는 데다 선생님께서 해주신 코멘트만 해도 일주일을 연습하기에 충분했기에 주 1회 수업이 부족하게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보컬 특기 : 보컬 선생님께 주 1회의 보컬 수업을 받았습니다. 저는 노래를 잘 하지 못하고 음역대도 다른 여자들에 비해 낮은 편이라 걱정이 많았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여럿 앞에서 노래를 부르는 것이 불안해서 수업 때는 제대로 소리를 내지 못했는데 선생님께서는 절대 서두르지 않으시고 아주 기초적인 발성 훈련부터 잡아주셨습니다. 그런 뒤에 음역대가 낮은 노래들( 살다보면, Easy as life, I don’t know how to love him )을 위주로 연습을 했는데, 노래에 대한 컴플렉스와 부담감 때문에 소리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았습니다. 그런 어려움이 닥칠 때마다 선생님께서는 기술적으로 해결하려하시기보다는 제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시며 정서적으로 접근하려 하셨습니다. 노래가 부담스럽다면, 노래라기보다는 일상 언어처럼 혹은 연기 독백처럼 내뱉어 보도록 하셨고 제스처와 동선을 활용해 노래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주셨습니다. 그리고 다음 수업시간 전까지 노래를 녹음해서 보내드리면 코멘트를 해주시면서 연습을 도와주셨습니다. 연습을 안 하면 죄송해서 수업을 차마 못 들어갔을 정도로, 사랑과 열정을 가득 담아 가르쳐주시는 선생님이셨습니다. 저는 보컬쌤과 만난 시간이 적어 실력이 확 늘지는 않았지만, 보컬쌤께 오랜 기간 배워 움직임 특기에서 보컬 특기로 바꾼 친구들이 있을 정도로 실력도 대단하십니다. 티칭 노하우나 노래 실력이나 교육적인 마인드까지 정말 완벽한 노래선생님이셨습니다.
1차 시험에서 감사하게도 합격 결과를 받았지만 저는 2차 시험 독백도 준비되어 있지 않았고 움직임 특기도 미완성이었고 자기소개서도 써놓지 않았으며 지정 희곡도 다 읽지 못한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학원에서는 본격적인 입시철이 되기 전에 이 모든 것들을 미리 철저하게 대비시켜 놓습니다. 그리고 2차 시험까지 실력을 최대한 끌어올리는 동시에, 사실상 준비가 불가능하다고 알려진 ‘워크샵’ 준비를 도와주십니다. 1차 결과가 나오고 나서 한예종 전문사 출신의 선생님께서 직접 오셔서 연기 워크샵, 움직임 워크샵을 각각 2회씩 진행해주셨고, 선생님들께서 워크샵을 참관하신 뒤에 한 명 한 명 코멘트를 해주셨습니다. 실제 워크샵은 모의 워크샵에서 다룬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아 차분한 자세로 워크샵에 임할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모의 워크샵을 경험하면서 한예종을 준비하기에 라온액터스만한 곳이 없다고 느꼈습니다.
처음 학원 문을 두드리기 시작할 때쯤 너무 늦었다며 상담도 거부한 학원도 있었습니다. 라온으로 결정하면서도 민폐를 끼치는 것이 아닌가 싶은 생각도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의 가능성을 믿어주시고 포기하지 않으셨던 선생님들께 감사한 마음으로 배우고 연습했습니다. 원장선생님, 저의 담임 선생님들, 무용 선생님, 보컬 선생님을 비롯한 라온 모든 선생님들께 정말 감사드립니다. 그리고 입시 준비하시는 분들 학원 너무 늦게 가지마세요 정말... 후회합니다. 그럼 이만!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